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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폭력, 결국 공멸 부른다…총격, 정치 폭력화 드러내

Los Angeles

2026.04.26 20:02 2026.04.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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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탓
트럼프의 ‘통합’ 메시지도
어두운 정치 그림자 반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셋째)이 25일 백악관 기자단과의 연례 만찬 행사 도중 총성이 들리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셋째)이 25일 백악관 기자단과의 연례 만찬 행사 도중 총성이 들리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로이터]

지난 25일 저녁 워싱턴DC의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 총격 사건은 미국정치의 폭력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계기사 2면·본국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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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위험에 노출된 건 2024년 대선 유세 기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엔 현직 대통령으로서 철통 같은 경호망이 가동된 상태에서 벌어져 충격이 크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참석 기자들 사이에 위험 수위의 거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였다. 그러다 느닷없는 총격 때문에 모두 몸을 피해야 하는 피해자가 됐다.
 
행사장인 워싱턴 힐튼 호텔 밖에선 ‘폭군에게 죽음을’ ‘그들 모두에게 죽음을’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 모습이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시위는 총격 이후에도 이어졌다. 상대를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 폭력은 총격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트럼프에 대한 적개심에서 나온 레토릭은 독보적으로 폭력적이다. 지난해 보수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됐을 때 좌파들의 환호성 역시 그랬다. 반대 진영에 대한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흔히 정치의 폭력화 원인으로 트럼프의 혐오 발언과 마가(MAGA)의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꼽힌다.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는 언동과 정책 탓에 불만이 축적돼 폭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그에 대한 저항 행위로 폭력을 미화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아무리 밉다 해도 유권자 7700만여명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지도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게 제도 정치의 현실이다. 이걸 총으로 무너트리겠다는 건 광기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집권기에 들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방관하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예컨대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좌파 스트리머 하산 파이커는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대표 암살범을 두둔하는 등 폭력을 정당화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은 외려 그를 ‘포용해야 할 대화 상대’로 치켜세우는 주장을 버젓이 게재한다. 지난주 NYT의 한 팟캐스트에선 출연자들이 폭력을 무슨 유희처럼 가볍게 표현하기도 했다.
 
폭력을 불공정과 부패에 대한 정당한 응징으로 포장하는 그런 오만함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공기처럼 당연시하던 법과 질서의 틀을 엘리트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배태된 폭력적 성향은 특정 진영의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체제 전체를 불안정의 임계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엘리트 층이 최소한의 컨센서스를 폐기하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탓이 크다.  
 
법과 제도는 확고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유효하다. 엘리트 사이에 갈등과 교체 압력이 극에 달하면, 법적 절차보다는 물리적 제거가 더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캘텍 출신의 고학력자가 총을 드는 현실은 미국이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체제 내에서 평화롭게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망가진 정치의 한 단면이자 증상이다.
 
정치가 ‘목숨을 거는 일’이 될 때, 건강한 토론은 사라지고 극단주의자들만 남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점이 통합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폭력은 공동의 파멸로 귀결된다는 진영 사이의 공포심이 오히려 타협을 이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직후 “우리는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평소와 달리 통합을 강조했다. 통합의 메시지조차 비극을 담보로 해야 나온다는 게 미국의 어두운 현실이다.

남윤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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